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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패권경쟁과 중국의 대응전략(1): 데이터 자원화에 올 인하는 중국, “동수서산”(東數西算)을 아시나요
  • 등록일2022.03.10
  • 조회수3677
미․중 기술패권경쟁과 중국의 대응전략(1): 데이터 자원화에 올 인하는 중국, “동수서산”(東數西算)을 아시나요

홍성범

패권 국가는 넘버 투를 허용하지 않는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그레이엄 앨리슨은 그의 저서《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 2017)》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러한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국 GDP의 50%를 넘는 2인자를 허용하지 않았다. 구소련과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2년 당시 미국의 국가 GDP는 16조 1,970억 달러, 중국은 8조 5,322억 달러로 미국의 52.7% 수준이었다. 재임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때리기를 일찍 시작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뒤늦게 트럼프는 중국을 링 위로 불러냈고 1회전부터 저돌적인 공격이 이뤄졌다. 일방적인 KO승이 예상되었지만 결과는 그러하지 못했다. 2021년 미국의 대중무역적자는 3,553억 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450억 달러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이다. 전 방위 압박으로 중국의 공급 망을 부수려고 했지만 코로나 이후 가장 빠른 경제회복으로 오히려 중국의 공급망은 더욱 견고해졌다. 미국 소비자들은 코로나 지원금으로 가성비가 좋아진 중국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게 되었고 결국 관세폭탄은 소비자 가격 인상과 소비자 물가 급등으로 이어져 미국은 40년 이래 최고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중 무역전쟁은 결국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Trump’s trade war was a total flop), 미 경제칼럼니스트의 비판이다. 2라운드에 미국 선수는 바이든으로 교체되었다. 그런데 선수는 하나가 아니었다. 페더급부터 라이트헤비급까지 다양한 체급의 선수들이 동맹, 깐부로 등장한 것이다. 중국도 친구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신 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중국도 1라운드에서 적지 않은 데미지를 입었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요소’(key factor)인 반도체를 옥죄이자 화웨이는 핸드폰사업을 접어야 했다. 미국증시를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어려워졌다. 해외로부터의 정상적인 첨단기술이전은 생각도 못할 상황이 되고 있다. 중국은 초심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건국 초기에 전폭적으로 소련에 의존하다가 1969년 진보도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기술자립화’.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중국의 목을 쥘 수 있는 ‘카보즈 기술’개발에  모든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리커창 총리는 그러한 기술을 ‘십년마일검’처럼 인내심과 열정을 가지고 연마하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맷집과 아웃복싱으로 6라운드(2035년)까지 버티는 전략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12라운드(2050년)에 역전을 노릴 것이다. 바램대로 낙관적인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에게 일방적인 게임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미국 GDP의 70%를 넘은 중국, 공급망 등 상호 심하게 얽혀있는 글로벌 경제 복잡계, 그리고 끊임없이 변종하면서 의도치 않게 중국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코로나 펜데믹 등의 요소들만 봐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작금의 미‧중 충돌이 어떠한 맥락이든 한국에 대한 파급강도라는 점이다. 작년 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회복에 힘입어 대중국 수출은 '20년보다 22.9% 증가한 1,629억 달러,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31.1%. 그런데 1위 수출품목이 반도체로 대중수출의 30.8%(502.4억 달러)를 차지한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 1호 품목이기도 하다. 미국이 SK하이닉스 중국공장의 반도체장비 구입을 막은 사례에서 보듯이 향후 우리 수출전선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반면 미국의 중국제재는 오히려 중국의 기술자립화 의지에 부스터를 달아 주었다. 과거 맷집도 약하고 기술도 부족했던 덩치만 컸던 선수가 맷집도 강해지고 다양한 공격기술을 구사하게 될  것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로컬시장은 점유율 순위에서 기타로 전략해 버린 삼성휴대폰처럼 중국 로컬기업제품으로 대체되는 품목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또 다른 해외시장에서 수출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우리로서는 더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중국 정부는 어떠한 전략과 방법으로 ‘십년마일검’을 갈도록 기획하고 있는지, 그 검을 누가 갈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검은 어떤 장점과 약점이 있는지 이른바 중국의 기술블랙박스를 심층 분석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십년마일검’의 대장간-디지털경제 추진과 신인프라 건설 
 
‘카보즈기술’의 ‘십년마일검’을 위해서는 경제적, 재정적 지원이 필수요소이다. 이를 위해 혁신주도형 성장전략과 자립자강(自立自强)식 성장전략의 정책방향이 설정되었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정책수단이 구체화가 되었다. 2020년 5월 22일 코로나19로 인해 두 달 늦게 개최된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정부공작보고를 통해 포스트코로나 경제회복 프로그램으로 ‘양신일중(兩新一重)’을 제시한다. 2개의 신경제와 1개의 중대 프로젝트인를 말하는데 2개의 신경제는 신인프라건설과 신형도시화추진정책이며 중대 프로젝트는 철도·도로 등 교통망과 수리시설 등 기존 인프라 확충 계획이었다. 2021년 중국정부는 2035년까지 2020년 GDP 수준의 두 배 성장을 목표로 하는  「14차 5개년 계획(2021~‘25) 및 2035 중장기 목표」를 발표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해 15년간 연평균 4.73%의 경제성장 달성이 필요한데 구체적 수단으로 양신일중 정책 중 혁신주도형 성장전략의 핵심인 신형인프라 투자정책을 구체화하였다. 신인프라건설은 ‘新基建’(新型基础设施建设)으로 표현하는데 7대 영역으로 ① 5G 네트워크 ② 전기차 충전소 ③ 고속철도 ④ 특고압 ⑤ 데이터센터 ⑥ AI ⑦ 산업 IoT를 지정하였다. 향후 5년간 중국이 신형 인프라 투자에 1조 4천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지털경제는 2030년 경제규모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다. 디지털경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은 그동안 종합적이 아닌 단편적 측면이 강했다. 예를 들면 2015년 제13차5개년규획에서 국가빅데이터전략 제시, 2017년 19차 공산당대회에서 인터넷플러스정책 심화 강조, 2019년 《국가디지털경제혁신발전실험구실험방안》발표, 2021년 국가통계국의 디지털경제 통계표준 발표 등이 그 예이다. 2022년 1월 12일,드디어 디지털경제의 종합판인 《14차5개년디지털경제발전규획》이 국무원 명의로 발표되었다. 정책방향은 디지털경제와 실물경제의 융합, 주요 영역에서의 디지털산업 발전, 디지털경제 거버넌스의 구축, 디지털경제 국제협력 추진 등이었다. 이를 위해 4개 방면에서 프레임워크가 구체화되고 있는데 생산력 증대를 위한 디지털 산업화(정보 통신 산업)와 산업 디지털화(전통 산업의 생산량 증대 및 효율성 향상), 생산관계 정립을 위한 디지털 거버넌스(디지털 공공 서비스 포함), 생산요소로서 데이터 가치화(모든 요소의 처리)의 4가지 영역이 포함됩니다. 데이터). 그 중 디지털 경제에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산업인터넷, 블록체인, 인공지능, 가상현실/증강현실 등 7개 핵심 산업을 제시하였다. 
 
 디지털경제와 신인프라의 교집합, 디지털신인프라-‘동수서산’프로젝트  
 
디지털경제의 기반은 ‘데이터’이다. 2014년 당시 IBM의 지니 로메티 회장은 “데이터는 21세기의 새로운 천연자원”이라고 강조하였다. 석유나 천연가스와 마찬가지로 데이터가 21세기 혁신을 주도할 주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실제로 최근 기술과 비즈니스,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변화와 혁신의 대부분은 데이터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속도가 국가의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2월 17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사이버보안∙정보화위원회판공실, 공업화정보화부, 국가에너지국 등이 공동으로 ‘동수서산’(東數西算)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바로 디지털신인프라인 국가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재배치 및 신규 건설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수’(數)는 데이터(數据)를 ‘산’(算)은 연산 즉 데이터 처리를 말한다. 동부지역의 데이터를 서부지역으로 보내 처리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동부지역은 동쪽 방위뿐 아니라 연해지역을 포함한다. 서부지역은 서쪽의 내륙지방을 가리킨다. 중국 지도를 놓고 보았을 때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은 극명하게 차이가 있다. 우선 동쪽은 인구가 많다. 부유한 지역이기도 하다. 집, 토지 등 물가도 비싸고 전기, 가스 등 에너지도 부족하다. 서부지역은 그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개혁개방 이후 14억이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을 같은 속도로 발전시키기에는 난망이었다. 선부론에 입각해 연해지역을 먼저 개방해 발전시키고 그 과실을 내륙으로 이전, 시차를 두고 발전시킨다는 철저한 불균형 국가발전전략이었다. 문제는 연해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랐다. 지역격차는 해마다 벌어졌다. 초대형 데이터센터의 낙후지역 재배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지역격차를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수단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한편 데이터센터는 냉각과 서버운영에 필요한 전력비용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비싼 토지 및 건물비용으로 동부지역에서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은 많은 한계를 갖는다. 전기기 풍부하고 지대가 저렴한 서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동부 지역의 많은 데이터를 서부로 보내 처리하게 하는 신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동부 4개, 서부 4개 지역(귀주, 내몽고, 감숙, 영하)에 총 8개의 허브를 설치하되 서부지역은 백그라운드 처리, 오프라인 분석 및 스토리지 백업과 같은 대규모 비실시간 컴퓨팅 성능 요구 사항을 수행하는 데 우선 순위가 부여된다. 동부지역은 금융증권, 재난경보, 원격진료 등 고주파 실시간 양방향 업무 요구사항에 근접한 경우는 동부 4개 지역에서 처리하는 투트랙 운영을 추진한다. 





‘동수서산’프로젝트의 주요 참여기업들 
 
데이터 센터 산업은 네트워크, 전력 공급 및 분배 장비, 냉동 장비, ICT 장비, 데이터 서비스 및 기타 등의 산업사슬로 구성되어 있다. 화웨이, 텅쉰, 중국이동 등 통신 및 인터넷 대기업들은 지역별로 기존 센터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분야별로 첨단기술을 보유한 중소‧중견기업들이 참여한다. 눈여겨 봐야할 첨단기술기업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빠른 경제회복을 위해 각 개인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대신에 그 예산을 인프라 건설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특히 제4차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기초시설에 신인프라라는 명칭으로 투자하면서 향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경제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느낌이다. 중국은 세계 1위의 고부가가치 데이터자원을 축적하였다. 문제는 축적된 데이터의 처리와 데이터량 급증에 따른 연산 수요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중국 전역에 난립된 데이터센터를 정비하고 동부지역의 고비용 데이터 처리를 서부의 저비용 데이터처리로 전환하면서 낙후지역 경제활성화와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추진되고 있는 ‘동수서산’프로젝트는 큰 의미를 갖는다. 중국 서부지역의 태양광 및 풍력 등 신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90%를 상회한다. 중국은 서부지역의 풍부한 전기를 동부에 송전하는 ‘서전동송’(西電東送)프로젝트와 서부지역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동부지역에 보내주는 ‘서기동수’(西氣東輸)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21세기 디지털경제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를 이제는 반대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보내는 작업으로 경제의 외연확장과 고도화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저자 소개
고려대에서 행정학(과학기술정책)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GWU/중국과기발전전략연구원/상하이푸단대 객원연구원과 칭화대 고급방문학자를 거쳤다. 30여년간 중국(중화권)의 발전전략•과기혁신정책•국가혁신시스템, 국제기술지식이전메커니즘, 전환경제체제, 민군기술협력 등을 연구해 왔으며 관련 저서 110권을 출간하였다, 한‧중과기협력센터장(북경), 한‧상해글로벌혁신센터장(상해), 국과위 정책조정전문위원, 한국형발사체 추진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과 상해델비즈컨설팅 대표로 재직 중이다.